꽃이 삶의 메타포가 될 때

고래(古來)로 꽃은 예술과 함께 존재해 왔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눈길을 받아 꽃은 시가 되고 그림이 되기도 했다. 사진이 예술의 영역에 들어오자 꽃은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지털 이미지가 되었다. 꽃이 없는 거실이나 정원 그리고 마을을 생각할 수 있을까. 꽃이 예술로 표현되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데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꽃의 물성을 안료의 물성으로 나타낸 빈센트 반 고흐나, 꽃의 이미지를 크게 확대하고 사물화한 조지아 오키프에 이르는 화가들의 사례는 흥미롭다. 화가 왕영미에게 꽃은 상징(metaphor)의 표상으로 다가온다. 샤를 보들레르가 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에서 꽃을 자본주의 시대의 인간과 그 심리의 상징으로 여겼듯이, 왕영미에게 꽃은 현실을 살아가는 예술가 자신의 창조적 삶을 드러내는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다. 작가가 선택한 꽃의 이미지는 우리 모두의 인생 노정을 이끄는 견인차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동안 작가가 그린 의욕적인 작품 시리즈들은 이러한 작가의 예술 노정을 증명해 주고 있다. 때로는 보는이들의 미감을 자극하고 때로는 생명의 운율을 선사하며 때로는 초월적 경험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들이다. 왕영미가 선호하는 꽃은 해바라기다. 작가는 자신이 해바라기를 작품의 소재로 선택하고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는 기존의 사회적 통념으로 꽃과 해바라기를 바라보지 않는다. 감각의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예술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작가의 작업 노트에 따르면 해바라기는 화가로서 새로운 인생 노정을 모색하기 위해 선택한 소재다. 이러한 소재에 색채와 형태와 구도를 운용하며 다양한 유형의 예술 작품으로 완성 시키는 것이다. 결국 왕영미에 있어 해바라기는 자신의 분신이자 그림을 감상하는 모두의 미래를 위한 성찰의 메타포가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왕영미의 해바라기 그림은 세 개의 시리즈로 소개되어 왔다. 작가는 각각의 시리즈에 <피어나다>, <풀리 그로운(Fully Grown)>, <디오니소스 플라워(Dionysus Flower)> 라는 제명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시리즈는 색채와 형태 그리고 구도를 포함한 표현 방식이 크게 차별화되어 있다. 주제 의식의 변화에 따른 형식의 차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런 현상이다. 만개한 여름 해바라기의 형상에서 씨앗이 영글어 고개를 숙인 가을 해바라기의 형상으로, 그리고 계절의 범주를 넘어선 초현실적 해바라기의 형상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변화는 하나의 소재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 의지가 만들어 낸 결실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선 <피어나다> 시리즈는 푸른 바탕에 노란색을 대비시켜 시각적 감흥을 나타낸 것이다. 이 시리즈에서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색채 대비 효과뿐만이 아니라 두껍게 올려진 물감으로 일구어낸 임파스토 기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푸른색의 보색으로서 노란색과 더불어, 녹색의 보색으로서 적색이 주는 강렬한 보색 대비 효과는 화면에 생동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색채의 강렬한 대비 효과가 해바라기 이미지와 오버랩되면서 왕영미의 그림은 희망과 열정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자신의 <피어나다> 시리즈에 대해 “꽃을 소재로 하여 희망, 욕망, 성취감을 표현한 작품”이라 밝히고 있다. 두 번째 <풀리 그로운(Fully Grown)> 시리즈는 꽃의 결실을 상징하고 있다. 추색이 만연한 갈색 토운의 분위기 속에서 시간속에 영글어낸 존재의 모습이다. 거기에는 이 과정을 다스려 내었을 빛과 이슬의 시간이 스며있다. 장대한 자연과 생명 현상의 이치에도 불구하고 운명적인 허무가 동시에 자리한다. 생멸의 이치는 위대하지만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한다. 꽃이 철학이 되고 예술이 되는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이다. <풀리 그로운> 시리즈의 의미는 해바라기가 메타포의 세계로 편입될 때 오롯이 드러난다. 지각(perception)에서 인식(cognition)의 세계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메시지들이다. 그것은 실존의 메시지이자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사상이 되기도 한다. 왕영미는 이 결실의 과정을 “인간의 내면과 철학의 바탕이 되는 영원회귀”라 적고 있다. 세 번째 <디오니소스 플라워(Dionysus Flower)> 시리즈는 해바라기를 신화의 세계에 편입시키려는 작가의 의지를 보여준다. 디오니소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포도나무와 포도주의 신이며 다산과 풍요와 죽음과 재생의 상징이다. <새로운 생성>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하는 이 시리즈 작품은 코발트블루의 색면을 배경으로 명멸하는 불빛처럼 피어나는 해바라기 무리로 표현되어 있다. 청색과 노랑의 강렬한 보색 대비 효과는 이 시리즈의 작품을 비현실적 세계로 안내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우주의 미스터리’를 담아낸 작품이다. 밤하늘에 떠있는 별의 무리 앞에서 느껴지는 숭고미를 표상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피어나고 영근 꽃의 메타포가 다시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되는 작가의 예술 노정을 보여 준다. 이상과 같이 왕영미의 ‘해바라기 시리즈’는 변화와 혁신의 삶을 대변하는 상징물로 제시된다. 그것은 작가가 걸어온 예술 노정의 시간을 담아낸 기록물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예술의 노정은 자아라는 의식의 샘에 근원을 두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이어진다. 이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열망이 캔버스에 표상되며 작품은 그 열망의 과정이 완결된 실체들이다. 우리는 메타포에 왜 열광하는가? 메타포는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주제성을 갖고 주도적으로 살기 위한 것이다. 삶의 방향성이 흔들릴 때 나침판의 역할을 부여하면서 메타포를 들여오는 것이다. 예술로 구현한 꽃의 메타포는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영향력을 미친다. 예술 작품이란 소통의 미디어이자 강력한 감정의 경험을 야기하는 힘을 지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메타포를 창작 원리로 도입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왕영미의 해바라기 시리즈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된다. (2024.9) 김영호 미술평론가,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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